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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4

안다 박수

[wolf_fittext text="'안다 박수'"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4 09 25 입력 음악계 사람들 사이에는 '안다 박수' 라는 말이 있다. 마지막 음이 끝나기도 전에 이 곡이 언제 끝나는지 안다고 보여주려는 듯이 터져 나오는 박수를 말한다. 곡의 악장 사이에는 박수 치는 것을 삼가 달라고 안내하는 것을 가끔 본다. 하지만 연주하다 보면 '안다 박수'가 더 안타까울 때가 있다. 최근에 세상을 뜬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2012년 루체른 페스티벌 연주는 영상으로 남아 있다. 모차르트의 진혼곡, 마지막 음이 울리고 그의 지휘봉도 멈춘다. 그는 한참 후에 두 팔을 내리고, 한 손을 가슴께에 가져간다. 벅찬 표정이다. 지쳐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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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wolf_fittext text="권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4 09 18 입력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집에 살 때, 아래층에는 바이에른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살았다. 가끔 엘리베이터 탈 때나 자전거를 세워놓은 지하 주차장에서 마주쳤다. 어느 날, 극장에서 공연하고 나오는데 마침 주역 발레리나도 꽃다발을 안고 나오는 참이었다. 금세 얼굴을 못 알아볼 만큼 화장을 많이 했지만 아랫집 이웃이라는 걸 갑자기 깨달았다. 그쪽도 동시에 나를 알아봐서 멋쩍게 인사를 했다. 물론 춤을 어지간히 잘 추는 사람이었겠지만 내가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건 지하 주차장에 오토바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아니라도 꽤 덩치가 크고 거친 느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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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맺은 情

[wolf_fittext text="음악으로 맺은 情"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4 09 11 입력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벌써 열흘을 함께 보냈다. 오늘 저녁 서울에서의 연주가 마지막이다. 매년 일정이 달라서 자주 참여하진 못하지만 아는 얼굴이 꽤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향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동양 출신 연주자끼리는 익히 알고 지내거나, 알고 보면 친구의 친구다.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니 할 얘기가 많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도 물론 쓰지만 국적이 다른 사람끼리는 공용어가 필요해서 영어, 불어, 독일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디트로이트 심포니에서 온 친구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교향악단 동료들하고 래프팅을 배우러 갔단다. 래프팅은 뗏목젓기에서 유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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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창

[wolf_fittext text="'비창'"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4 09 04 입력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때면 늘 긴장된다. 경쾌하게 시작해서 화려한 행진곡풍으로 마무리되는 3악장이 끝나면 청중이 곡이 끝난 줄 알고 일제히 박수를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지휘자는 3악장 마치고 박수가 터져 나오면 청중을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화를 내기도 한다. 이럴 때는 함께 연주하는 나 자신도 민망할 정도다. 사실 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3악장을 듣다 보면 그 뒤에 또 음악이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작곡가가 그렇게 곡을 써서 청중의 박수가 나오게끔 했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작년 런던에서 '비창'을 연습하면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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