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음악으로 맺은 情”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벌써 열흘을 함께 보냈다. 오늘 저녁 서울에서의 연주가 마지막이다. 매년 일정이 달라서 자주 참여하진 못하지만 아는 얼굴이 꽤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향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동양 출신 연주자끼리는 익히 알고 지내거나, 알고 보면 친구의 친구다.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니니 할 얘기가 많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도 물론 쓰지만 국적이 다른 사람끼리는 공용어가 필요해서 영어, 불어, 독일어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디트로이트 심포니에서 온 친구가 재미있는 얘기를 했다. 교향악단 동료들하고 래프팅을 배우러 갔단다. 래프팅은 뗏목젓기에서 유래한 스포츠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계곡이나 강의 급류를 탄다. 강사가 당신들같이 노 젓는 동작이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들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단다. 교향악단에서 같이 일하니 그럴 수밖에!

교향악단에서 ‘같이 일한다’는 말의 의미는 각별하다. 교향악단에는 개인 공간이 전혀 없다. 내 것이라곤 의자 하나뿐이다. 현악기 주자들은 악보도 나눠 쓴다. 몸을 조금 기울이면 어깨가 닿는 거리에 앉아서 하루 대여섯 시간씩 숨을 같이 쉬고 음악의 맥박을 함께 느낀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워낙 가까워서, 만약 음악이 사이에 없었다면 연고 없는 사람들끼리 견딜 수 있었을까 싶다. 같이 앉아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정이 든다.
연습 첫날에는 여기저기 소리가 삐져나오고 음정도, 리듬도 다 조금씩 달랐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은 많이들 해봤을 곡인데, 각자 다른 연주 방식이 몸에 밴 채 모였기 때문에 새로운 해석을 받아들이고 서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둘째 날 모여서 다시 1악장을 읽었을 때 지휘자의 첫 마디는 이랬다. “어제보다 오십 퍼센트는 좋아졌어요. 나머지 오십 퍼센트가 훨씬 더 어렵다는 건 다 알죠?”

같이 연주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비행기 타면서 우리는 점점 친해졌고 연주도 그만큼 좋아졌다. 연주가 끝나면 밤을 새워가며 왁자지껄 어울려 놀겠지만 아침에 헤어질 걸 생각하면 벌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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