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힘들지만 행복한걸”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2주째 연주여행을 다닌다. 연습하고 연주하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다. 꼭두새벽에 일어난다. 악기를 메고 무거운 가방을 끌고 공항에 가서 줄을 선다. 체크인을 마치면 보안검색대에서 줄을 서고, 탑승할 때 또 줄을 선다. 내리면 입국 심사를 위해 줄을 서고, 나와서는 가방을 기다린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그나마 시간이 빠듯하면 공연장으로 바로 간다. 연주하기 전에 무대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여행 중에는 하루 세 끼를 챙겨 먹는 것도 사치다. 저녁 늦게까지 연주하고 아침마다 짐을 싸서 이동하니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날도 드물다.

지난 화요일에 대서양을 건너 와서 미국 서부를 돌고 있다. 여행을 아무리 해도 시차에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서쪽으로 이동하면 아침에는 일찍 깬다. 하지만 연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오후부터 몸이 ‘이제 잘 시간이야’를 외치며 말을 안 듣는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악보를 노려봐도 활 쥔 손에서는 저절로 힘이 빠진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의 마지막 페이지는 느리고, 조용하고, 반복이 많다. 아무리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실수할 수 있다. 실수가 있으면 알아차린 티를 내지 않는 건 불문율이다. 설사 남이 못 들었다고 해도 연주자 본인의 마음이 얼마나 쓰라린지 잘 알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연주에서 실수할 때와는 다르다. 나 때문에 우리 모두의 연주를 망쳤나 싶을 때는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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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여행 하는 음악가에게는 퇴근 시간도 주말도 없다. 자다가 새벽에 깨서 낯선 천장을 보며 여기는 어디고 지금은 몇 시일까, 하는데 머릿속이 텅 비어 있다. 시계가 울리면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드는 때는 연주할 때뿐이다. 우리 연주를 듣겠다고 하룻밤에 천 명 넘게 모인다. 동료들은 잠을 못 자서 눈이 벌게도 연주할 때는 신들린 듯 없는 힘까지 쏟아붓는다. 그런 사람들과 음악을 나눈다는 게 행복하다. 연주할 때는 전혀 힘들지 않다. 힘들수록 더 행복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