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향악단의 이동 수단은 여러 가지인데, 버스는 문앞에서 문앞까지 바로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100명 남짓한 단원들이 보통 버스 석 대에 나눠 탄다. 편의상 1, 2, 3번으로 부르고 번호 순서대로 출발한다.

3호 차는 ‘노래 부르는 버스’로 알려져 있다. 타악기와 관악기 주자들이 주로 탄다. 물론 악기에 상관없이 탈 수 있지만 ‘노래 안 부르려면 우리 버스에 타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 있다. 한번은 새로 들어온 객원 바이올린 연주자 둘이 뒤늦게 내가 탄 버스에 올라와서 앉을 자리를 찾았다. 3호 차에 가서 앉았다가 “너희가 왜 여기 앉아 있어?” 하는 말을 듣고 영문도 모르고 다시 나왔다고 했다. 나도 신입 시절 한두 번은 3호 차를 탔다. 가까운 친구 중 아무도 그 버스를 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때까지.

3호 차에서는 즉흥 무반주 합창을 한다. 4중창으로 성부까지 나눠서 부른다. 화음이 완벽하게 맞고 추임새와 효과음도 들어간다. 휘파람도 성부를 나눠서 분다. 목소리에 자신 있고 음악적 순발력도 있는 사람이 아니면 끼어들기 어렵다. 가사의 소재는 3호 차를 정기적으로 타는 단원들이 많다. 각 단원의 특징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가끔 짓궂기도 한 이 가사는 대부분 수석 트롬본 주자의 작품이다. 잘 알려진 축구 응원가나 노래의 소재인 단원의 출신 국가(國歌)에 새 가사를 얹어서 부른다.

독일에서 연주 여행할 때 어쩌다 늦어서 3호 차를 타게 되었다. 독일에 가면 항상 같은 기사들이 버스를 운전한다. 3호 차 기사는 쾌활한 여자분인데 이 무반주 합창단의 팬이다. 그날 3호 차 단원들은 보답으로 이 버스 기사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버스 전체가 잔치 분위기였다.

피곤을 이기는 데는 자고 쉬는 것도 좋지만, 신나게 놀고 나면 오히려 새로운 힘이 생길 때가 있다. 모자란 잠을 보충해야 하는데 시끄럽다고 3호 차를 피하는 우리보다 노래를 부르며 피곤을 잊는 3호 차 단원들이 더 생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