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교향악단도 출근합니다”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교향악단 다닌다고 하면 연주 시간 외에는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병원에 갔는데 직업을 묻길래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한다고 했더니 낮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연주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더라도 정작 우리가 날마다 어떻게 일하는지를 알려주면 뜻밖이라고들 한다. 휴식 포함 두 시간 분량의 연주를 준비하려면 모여서 열 시간 내지 스무 시간이 필요하다.

교향악단 사람들도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각에 출근한다. 다른 점이라면 일을 시작할 때는 이미 각자 연습이 되어 있는 상태로, 개인 훈련을 따로 하는 운동선수의 삶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보통 오후 다섯 시 반에 연습이 끝나는데, 지쳐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 시계를 보면 네 시 반이다. 한 시간만 참으면 된다지만 그 한 시간은 끝이 없다. 벽시계를 바라보는 위치에 앉는 나는 마주 보고 앉은 친구에게 손가락으로 몇 분 남았는지 알려주곤 한다.

금요일, 토요일 연속해서 두 개의 프로그램, 여덟 곡을 연주했다. 수요일에는 금요일 연주, 목요일에는 토요일 연주를 위해 연습한 데다가, 어렵거나 생소한 곡들이 섞여서 뒤죽박죽이었다.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연주하는 음표 말고도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지휘자가 몇 박자로 젓는지, 템포는 어디서 바뀌는지, 다른 악기는 언제 무슨 음을 연주하고 내가 연주하는 음과 어떤 화음을 이루는지, 심지어 악보를 넘길 때는 언제이고 그 앞뒤로 여유가 있는지 재빨리 넘겨야 하는지도 연습 시간 동안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더욱 중요한 일은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다. 18세기 작곡가 하이든의 교향곡과 슈트라우스가 1896년에 쓴 교향시, 2015년에 미국에서 쓰인 플루트 협주곡은 각각 다른 세계다.

곡마다 주법도 표현도 다르다. 교향악단은 청중을 타임머신에 태우듯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의 음악을 생생하게 들려주기 위해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