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귀 기울여 듣기”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읽고 쓰기는 학교에서 배우지만 말하기와 듣기는 외국어가 아니라면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말하고 듣는 것은 그만큼 자연스럽지만 사실 잘 말하고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리더십 교육을 함께 받는 오케스트라 매니저들과 저녁 먹으면서 새로 단원을 뽑는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스펙이 비슷한 두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뽑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나라면 잘 ‘듣는’ 사람을 뽑는다. 내가 다니는 오케스트라는 오디션 후에 실제로 같이 일하는 과정을 거쳐 사람을 뽑는다. 물론 연주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성품이 원만하면서도 음악가로서 개성이 있고 우리가 일하는 속도에 발맞출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잘 듣느냐는 것이다. 청력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연주하면서 자기 소리와 남의 소리를 고루 듣고 거기에 맞춰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냐는 거다. 같이 연주해 보면 알 수 있다.각자 내는 소리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잘 듣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자기가 맡은 음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귀와 마음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함께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악기를 연주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연주하는 사람도 자기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한다는 건 결국 음악 속에 들어가서 음악을 듣는 것이기도 하다. 잘 듣는 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음악만이 아니라 여럿이 같이 하는 모든 일이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일을 떠나서 삶 전반이 다 그렇다. 마음을 열어 주의 깊게 듣고, 들은 것을 수용해서 나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을 오케스트라에서 배웠다. 배운 걸 연주할 때만 쓰기는 아깝다. 당장 오늘 아침부터 만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