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말러와 친해지기”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말러는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을 위한 음악인 것 같아. 나는 영 모르겠더라.”

최근에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들어본 친구가 말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한 아내에게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주회에 다닌다. “모르겠다는 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뭔가 형태를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쾅 쾅 어쩌고 뿐이고, 곡이 끝나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흠…. 나는 과연 말러를 아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음악을 안다는 게 뭔가 싶기도 하다. 당장 나도 오늘 연주하고 있는 곡을 잘 모른다. 내가 맡은 부분만 아는 상태로 연주하고, 끝나면 얼마 못 가서 잊어버리는 곡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잘 아는 곡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해서 연주하고, 듣고,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작곡가의 한 작품을 알고 좋아하게 되면 그의 다른 작품도 찾아 듣게 되고, 그와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은 다른 작곡가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끝없이 넓은 음악의 세계 안에서 발걸음을 내디딜 방향을 가늠하는 자기만의 지도가 생긴다. 내 경우, 바그너와 브루크너의 작품을 몇 곡 연주하고 나니 말러가 훨씬 친숙하게 느껴졌다. 말러는 영 모르겠다는 친구도 다양한 음악을 접하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말러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소리가 끝나자마자 사라지는 데다가 가장 추상적인 예술이라 당연히 기억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요즘은 녹음을 구하기가 쉬워져서 뭐든 다시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나는 모르겠으면 한 번 더 들어보고, 다음 기회에 또 한 번 들어본다. 익숙해지면 즐기게 되고,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