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연주는 다같이 하는 놀이”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지난 주말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1923~2006)의 작품만으로 꾸민 연주회에 다녀왔다. 첫 곡은 100개의 메트로놈을 위해 쓰인 ‘포엠 심포닉’이었다. 우리말로 풀자면 ‘교향시’쯤 되겠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런던 신포니에타 주최의 연주였지만 이 곡은 연주자들이 아니라 일반 청중이 ‘연주’했다.

메트로놈은 박자를 일정하게 알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인데 전통적인 의미에서 악기는 아니다. 메트로놈을 소리 나게 하려면 태엽을 미리 감고 추를 한 번 작동시켜 주기만 하면 되니 누구라도 다룰 수 있다. 일곱 시가 다 되어 도착했더니 메트로놈들은 이미 로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연주를 맡도록 뽑힌 청중 중에는 초등학생도 있고 백발을 곱게 틀어 올린 할머니도 있었다. 프로그램 책자를 나눠주는 사람이 친절하게 말했다. “연주가 시작되면 돌아다니면서 들어도 됩니다.”

잠시 곡에 대한 설명이 있는 동안 나는 연주자가 된 청중 몇 명의 뒤쪽에 서 있었다. 태엽을 다시 한 번 끝까지 감고 악기가 반듯하게 놓였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숨을 고르는 사람도 있었다. 무대에 자주 서는 내게는 익숙한 풍경이다. 드디어 지휘자가 신호를 주고 메트로놈 100개가 각자 다른 박자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러 개가 합쳐서 어수선하게 들렸지만, 각각의 메트로놈 안에는 한번 시작한 이상 흐트러짐이 없고 다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었다. 메트로놈의 추가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그들이 어울려 내는 소리를 들었다.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만큼이나 불규칙하게 들리던 소리가 시간이 지나고 메트로놈이 하나둘 멈추면서 점점 작아지고, 박자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문득 추를 잡았다 놓는 순간 할 일이 다 끝난 셈인 ‘연주자’들의 얼굴로 눈길이 갔다. 놀이에 빠진 아이들처럼 즐거워 보였다.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배어 있었다. 그날 새삼 깨달았다. 연주는 다 같이 하는 놀이일 수도 있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