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런던 필하모닉이 함부르크로 이주?”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지난 토요일(4월 1일)은 만우절이었다. 이날 영국에서는 일간지는 물론 공영방송 BBC까지 앞장서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전(前)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이 패션 디자이너로 나섰다는 비꼬는 투의 기사도,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스코틀랜드까지 내려왔다는 귀여운 기사도 있었다. 친구들이 알려오는 소식 중에도 처음에 듣고 흥분했다가 “아, 오늘 만우절이지!” 하게 만드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그중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기고하는 음악전문기자가 블로그에 띄운 글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새로 개관했고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해진 독일 함부르크의 콘서트홀 사진을 올리고, ‘충격: 일류 런던 오케스트라가 독일로!’라는 제목을 달았다. 내가 일하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부르크 시(市) 초청을 받아들여 독일로 이주한다는 깜짝 뉴스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120명 정도의 인원에 가족들까지 옮겨 가야 하니 2년 후가 될 것 같다거나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 연주는 계속할 예정이고, 연주료는 유로화로 받게 된다는 등 세부 사항까지 꼼꼼하게 챙긴 기사였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마냥 우습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를 개시하는 서한에 서명함으로써 다시금 불거져 나온 음악계의 불안감을 담은 글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너희 함부르크로 간다며? 정말 다 이사가는 거야? 가족들 데리고?’ 잠시 무슨 소린가 했다가 웃음이 터졌다. ‘에이프릴 풀(April fool)!’이라고 답을 보냈더니 친구는 ‘하긴 그렇게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리가 없지’라고 쓰고 머쓱한 표정의 이모티콘까지 달았다. 그렇게 되면 너희 오케스트라에 지원하려고 했다고도 덧붙였다.

열 명이 모여 앉아서 국적을 세어 보면 아홉 개가 보통이고, 남의 나라 가서 연주하는 것을 이웃집 마실 가는 정도로 여기는 런던 음악계 사람들에게 브렉시트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