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내면의 우주를 깨워준 말러”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지난 주말 말러의 8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여덟 명의 솔리스트에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 런던 심포니 합창단, 케임브리지 클레어 칼리지 합창단, 거기다 서른 명 남짓의 소년 합창단, 대규모 오케스트라까지 무대에 선 사람만 600명이 넘었다. 연주 당일을 포함해 닷새 동안 연습했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 쉬는 시간에 줄이 길어 커피를 못 마실 정도였고 무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900명이 들어가는 로열 페스티벌 홀 객석도 꽉 찼다. 올 들어 가장 날씨가 좋다 싶은 날이었다. 밖에서 남은 햇빛을 즐겨야 마땅한 주말 저녁에 공연장에 와서 비좁은 의자에 참을성 있게 줄지어 앉아 있는 이 사람들은 누굴까, 새삼 궁금해졌다. 모르긴 해도 아주 다양한 사람들일 거다. 직업도, 나이도, 사는 모습도 다 다를 것이고, 공통점이라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게 전부일 수도 있다.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는 아마 각자 전혀 다른 생각을 했겠지. 그런데 첫 음이 시작되는 순간, 말러가 100년도 더 전에 머릿속에 그려서 종이에 옮겨 놓은 세계로 발을 들여놓았을 거다.

청중이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연주자도 청중이 듣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날 공연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기꺼이 말러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같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공감대를 넘어 함께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마술적이다. 8번 교향곡을 처음으로 연주해 본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 음악의 압도적인 규모에도 내게 가장 와닿은 것은 그 혼란의 와중에 잠시 또렷하게 들려오는 아이들의 합창, 무대 뒤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프라노, 부드러운 호른의 음색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주가 끝나고 본 청중의 표정이 인상 깊었다.

이런 곡을 쓴 작곡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묻게 되는 음악이 더러 있다. 말러 교향곡 8번은 사람의 내면에는 우주가 들어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