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브란디스 선생님”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4월 초에 친한 친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물은 용건에 대한 답이려니 하고 읽어 내렸는데 그 말끝에 뜻밖의 소식이 있었다. ‘브란디스 선생님이 목요일에 돌아가셨어.’

토마스 브란디스는 스물여섯에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돼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시대를 함께한 바이올리니스트다. 1935년 독일에서 태어나 2차 대전부터 독일 통일까지 20세기를 고스란히 살아낸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됐을 땐 연구실 앞에 월요일 아침 9시 반에 시작해서 금요일 저녁에 끝나는 시간표를 붙여놓고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가르치는 내용은 주로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어떤 원칙들에 대해선 엄격했지만 잘한 것과 장점을 항상 구체적으로 들어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린 모두 자신이 잘하는 게 뭔지를 알고 있었다. 고칠 점, 모자라는 점은 늘 한두 가지였다. 별 얘기 안 해준다고,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고 실망해서 나오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러나 매달 반에 모여서 연주할 때, 또 몇 달에 한 번씩 공개 연주할 때 보면 많은 학생의 연주가 시간이 지나면서 놀랄 만큼 좋아졌다. 정작 선생님이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는 건 단 두 가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뿐이었는데 말이다.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내게 남은 깨달음도 두 가지다. 늘 소리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표현을 추구하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답게 살고 나답게 연주하는 것.

80세 기념으로 제자들이 모일 때 연주 때문에 못 가고, 카드 한 장을 겨우 날짜 맞춰 보냈다. ‘따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베를린 오면 전화하렴’ 하고 손수 답을 주셨다. 그런데 연락을 못 드렸다. 사실 전화는 베를린에 안 가도 할 수 있는데.

이제 안 계시지만 내가 선생님께 받은 것은 다 살아 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배운 대로 살아야겠다. 배운 것을 더 많이 나눠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