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교향악단은 왜 있을까”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영국 음악가 노동조합에서 오케스트라 관련 설문 조사를 한다고 이메일이 왔다. 좀 귀찮아도 내 친구들, 동료들의 일이니 모른 척할 수는 없다. 10분 정도 걸린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악기, 직책, 활동 지역,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교육은 어디서 얼마 동안 받았고 누가 경제적 지원을 했는지, 일주일에 평균 몇 시간을 일하는지, 어느 정도 버는지, 근무시간 외에 몇 시간을 따로 연습하는지 이런 질문은 어렵지 않았다.그런데 뒤로 갈수록 내용이 복잡해졌다. ‘당신의 오케스트라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나요?’까지는 쉽게 답했지만 연주회에 오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중에 어떤 것이 가장 긍정적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한동안 멈춰서 생각해야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겪는 개인적 어려움과 오케스트라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질문이 몇 가지 이어졌다. 이 직업에서 가장 보람 있는 점은 무엇인지, 일하면서 가장 좋았던 날을 기억하는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물었다. 가장 좋은 점 하나를 고르는 건 늘 어렵다. 예상했던 10분은 한참 지났고, 나도 모르게 조바심이 나서 일단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거기 내가 늘 묻고 싶었던 것, 연주를 하고 연주를 들으면서 항상 가슴 속에 품고 다니는 바로 그 질문이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인가요?’
답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연장 앞에서 아무나 붙잡고 묻고 싶어졌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바로 공연장 앞의 아무개일 때가 있다. 연주하는 것만큼 오케스트라를 들으러 가는 것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오케스트라는 그 존재부터 감동적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멋진 것 중 하나이며 문화와 예술의 꽃, 역사의 산증인이자 미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실험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