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_fittext text=”음악은 ‘마디’를 싣고”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외국에서 종이 신문은 구할 수 없으니 내 글이 나오면 ‘조선닷컴’에 가서 본다. 댓글을 달아본 적은 없지만 독자 반응이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는다.

지난주에는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악보에 마디는 왜 있는 거죠?” 사실 마디가 없는 악보도 있다. 악보라면 오선지를 떠올리지만 한국 전통음악의 정간보나 현대 작곡가들이 쓰는 그래픽 악보에는 마디가 없다. 오선지는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에 쓰이는 음의 높이와 길이를 한눈에 들어오게 그려내는 데 적합한 기보 방식이다.

지난 수요일에는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서곡을 연주했다. 빠른 음표가 많을 땐 한 마디가 악보의 한 줄을 다 차지했다. 반면 내가 열네 마디 동안 쉰다면 손톱만 한 크기의 마디 하나에 쉼표가 있고 그 위에 ’14’라고 쓰여 있다. 같은 시간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많을수록 한 마디가 종이 위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난다. 마디는 일정한 시간 단위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이 곡에 마디가 없다면 연주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악보의 가독성이 떨어지고, 연습 때 음악의 시작과 끝 외에는 특정한 부분에 대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띄어쓰기를 안 하면 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마디가 없다면 악보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마디에는 또 다른 음악적 기능이 있다. 박자에는 강한 박과 약한 박이 있다. 강한 박은 대개 마디의 처음에 온다. 첫 박자가 가장 세지만 음악이 네 박자라면 마디의 중간인 세 번째, 여섯 박자라면 네 번째 박에도 강세가 있다. 마디는 박자를 알려준다. 박자의 강약은 시의 운율에 가깝다. 전통 시조에서 3-4-3-4의 음수율이 있고 규칙적으로 줄 바꿈 하는 것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2악장에서 다섯 박자가 한 마디로 묶여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마딧줄이 없는 것처럼 연주하라고 말했던 지휘자가 문득 생각났다. 시간을 분 단위로 인식하며 살지 않는 것처럼 마디는 음악을 표시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음악은 마디를 넘어서 흐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30/201704300204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