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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min Kim

말러와 친해지기

[wolf_fittext text="말러와 친해지기"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3 06  입력 "말러는 역시 음악 하는 사람을 위한 음악인 것 같아. 나는 영 모르겠더라." 최근에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1번을 들어본 친구가 말했다. 그는 음악을 전공한 아내에게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주회에 다닌다. "모르겠다는 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뭔가 형태를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냥 쾅 쾅 어쩌고 뿐이고, 곡이 끝나면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흠…. 나는 과연 말러를 아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다. 음악을 안다는 게 뭔가 싶기도 하다. 당장 나도 오늘 연주하고 있는 곡을 잘 모른다. 내가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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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없는 ‘말러 교향곡 4번’

[wolf_fittext text="정답없는 '말러 교향곡 4번'"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2 27 입력 지난주 연주하러 뉴욕에 왔다. 어제 프로그램은 말러 교향곡 4번, 오늘 저녁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이다. 우연찮게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이번 주 수요일에 말러 4번을 연주한다. 뉴욕 청중은 원한다면 사흘 간격으로 다른 오케스트라, 다른 지휘자의 말러 4번을 들을 수 있는 셈이다. 날마다 다양한 공연 단체가 경쟁을 벌이는 대도시에서는 이런 일들이 심심찮게 있다. 이렇게 되면 그곳에 상주하는 단체는 멀리서 방문하는 단체가 가져오는 신선함과 희귀성을, 방문하는 단체는 상주 단체가 가진 지역에서의 존재감을 의식하며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을 꺼린다. 서로 청중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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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듣기

[wolf_fittext text="귀 기울여 듣기"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2 20 입력 읽고 쓰기는 학교에서 배우지만 말하기와 듣기는 외국어가 아니라면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말하고 듣는 것은 그만큼 자연스럽지만 사실 잘 말하고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리더십 교육을 함께 받는 오케스트라 매니저들과 저녁 먹으면서 새로 단원을 뽑는 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스펙이 비슷한 두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뽑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나라면 잘 '듣는' 사람을 뽑는다. 내가 다니는 오케스트라는 오디션 후에 실제로 같이 일하는 과정을 거쳐 사람을 뽑는다. 물론 연주 실력이 뛰어나야 하고, 성품이 원만하면서도 음악가로서 개성이 있고 우리가 일하는 속도에 발맞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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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악단도 출근합니다

[wolf_fittext text="교향악단도 출근합니다"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2 13 입력 교향악단 다닌다고 하면 연주 시간 외에는 뭘 하는지 궁금해한다. 병원에 갔는데 직업을 묻길래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한다고 했더니 낮에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되물은 적도 있다. 연주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더라도 정작 우리가 날마다 어떻게 일하는지를 알려주면 뜻밖이라고들 한다. 휴식 포함 두 시간 분량의 연주를 준비하려면 모여서 열 시간 내지 스무 시간이 필요하다. 교향악단 사람들도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각에 출근한다. 다른 점이라면 일을 시작할 때는 이미 각자 연습이 되어 있는 상태로, 개인 훈련을 따로 하는 운동선수의 삶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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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건네는 위로

[wolf_fittext text="음악이 건네는 위로"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2 06 입력 영국 오케스트라 협회의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수업을 받고 있다. 오케스트라 행정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 대해서 배우고, 오케스트라의 사회적 역할과 음악의 미래를 생각한다.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청중이다. 공연장에 오는 사람만이 아니라 집에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트럼펫을 부는 초등학생도 다 청중이다. 오케스트라는 늘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사람에게 음악을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전체 인구에 비해서 음악을 누리는 사람의 숫자는 미미할 정도로 적다. 더구나 연주회는 그 시간 그곳에 함께 있는 사람들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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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켜는 셜록 홈스

[wolf_fittext text="바이올린 켜는 셜록 홈스"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1 23 입력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의 '명탐정 셜록 홈스'를 새로 각색한 드라마가 요즘 한국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주인공인 셜록 홈스는 예리한 관찰력과 논리적 사고를 통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도일이 책에서 여러 번 언급하는 그의 취미는 뜻밖에도 바이올린을 켜는 것이다. 셜록은 정열적인 음악가였고 바이올린을 잘 켰을 뿐 아니라 직접 작곡도 했다고 하니 그의 연주 솜씨나 작품이 궁금해진다. 가상의 인물인 셜록 말고도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라면 상대성이론으로 잘 알려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떠오른다. 그는 복잡한 문제와 씨름할 때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해답을 찾곤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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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못 버리는 이유

[wolf_fittext text="악보를 못 버리는 이유"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1 16 입력 주말에 이사를 했다. 책과 악보만 스무 상자가 넘었다. 크고 무거운 악보들을 하나하나 꺼내 상자에 넣는 노동을 몇 시간씩 반복하니 허리도 아팠다. 이걸 꼭 다 가지고 있어야 하나 하는 회의도 절로 들었다.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분들께도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이삿짐을 싸면서 보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악보가 가득했다. 녹음을 듣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곡을 이해할 수 없어서 샀던 '시벨리우스 교향곡 3번'의 총보는 벌써 20년 가까이 가지고 있다. '엘가 교향곡 2번'은 런던에 처음 일하러 올 때 연주했는데 그전엔 들어본 적 없는 곡이라 나름대로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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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출국장의 오케스트라

[wolf_fittext text="새벽 출국장의 오케스트라"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1 09 입력 지난달 말 연주 여행을 다니면서 거의 매일 비행기를 탔다. 날마다 이동해서 연주하려면 전세기밖에 답이 없을 때도 있다. 어느 날 새벽에는 빈에서 출발해서 슈투트가르트 가는 비행기를 타러 갔다. 항공사 스크린에 '런던 필하모닉―슈투트가르트'라고 쓰인 곳을 찾아서 줄을 섰는데 바로 옆 스크린에는 '빈 필하모닉―파리'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도 아침 전세기를 타고 연주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쪽 줄에는 아무도 없길래 우리보다 늦게 출발하나 보다 했는데 웬걸, 출국장에 들어가 보니 게이트도 우리 바로 옆이었고 이미 수속이 다 끝나서 다들 비행기를 타려는 참이었다. 우리 플루트 수석이 마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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