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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음악은 ‘마디’를 싣고

[wolf_fittext text="음악은 '마디'를 싣고"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4 30  입력 외국에서 종이 신문은 구할 수 없으니 내 글이 나오면 '조선닷컴'에 가서 본다. 댓글을 달아본 적은 없지만 독자 반응이 있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는다. 지난주에는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악보에 마디는 왜 있는 거죠?" 사실 마디가 없는 악보도 있다. 악보라면 오선지를 떠올리지만 한국 전통음악의 정간보나 현대 작곡가들이 쓰는 그래픽 악보에는 마디가 없다. 오선지는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에 쓰이는 음의 높이와 길이를 한눈에 들어오게 그려내는 데 적합한 기보 방식이다. 지난 수요일에는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서곡을 연주했다. 빠른 음표가 많을 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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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악단은 왜 있을까

[wolf_fittext text="교향악단은 왜 있을까"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4 24  입력 영국 음악가 노동조합에서 오케스트라 관련 설문 조사를 한다고 이메일이 왔다. 좀 귀찮아도 내 친구들, 동료들의 일이니 모른 척할 수는 없다. 10분 정도 걸린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악기, 직책, 활동 지역,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교육은 어디서 얼마 동안 받았고 누가 경제적 지원을 했는지, 일주일에 평균 몇 시간을 일하는지, 어느 정도 버는지, 근무시간 외에 몇 시간을 따로 연습하는지 이런 질문은 어렵지 않았다.그런데 뒤로 갈수록 내용이 복잡해졌다. '당신의 오케스트라는 지역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나요?'까지는 쉽게 답했지만 연주회에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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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디스 선생님

[wolf_fittext text="브란디스 선생님"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4 17  입력 4월 초에 친한 친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다. 내가 물은 용건에 대한 답이려니 하고 읽어 내렸는데 그 말끝에 뜻밖의 소식이 있었다. '브란디스 선생님이 목요일에 돌아가셨어.' 토마스 브란디스는 스물여섯에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돼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의 시대를 함께한 바이올리니스트다. 1935년 독일에서 태어나 2차 대전부터 독일 통일까지 20세기를 고스란히 살아낸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그분을 알게 됐을 땐 연구실 앞에 월요일 아침 9시 반에 시작해서 금요일 저녁에 끝나는 시간표를 붙여놓고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가르치는 내용은 주로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어떤 원칙들에 대해선 엄격했지만 잘한 것과 장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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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우주를 깨워준 말러

[wolf_fittext text="내면의 우주를 깨워준 말러"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4 10  입력 지난 주말 말러의 8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여덟 명의 솔리스트에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 런던 심포니 합창단, 케임브리지 클레어 칼리지 합창단, 거기다 서른 명 남짓의 소년 합창단, 대규모 오케스트라까지 무대에 선 사람만 600명이 넘었다. 연주 당일을 포함해 닷새 동안 연습했다. 사람이 워낙 많으니 쉬는 시간에 줄이 길어 커피를 못 마실 정도였고 무대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900명이 들어가는 로열 페스티벌 홀 객석도 꽉 찼다. 올 들어 가장 날씨가 좋다 싶은 날이었다. 밖에서 남은 햇빛을 즐겨야 마땅한 주말 저녁에 공연장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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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필하모닉이 함부르크로 이주?

[wolf_fittext text="런던 필하모닉이 함부르크로 이주?"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4 03  입력 지난 토요일(4월 1일)은 만우절이었다. 이날 영국에서는 일간지는 물론 공영방송 BBC까지 앞장서서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전(前)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이 패션 디자이너로 나섰다는 비꼬는 투의 기사도,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서 북극곰이 스코틀랜드까지 내려왔다는 귀여운 기사도 있었다. 친구들이 알려오는 소식 중에도 처음에 듣고 흥분했다가 "아, 오늘 만우절이지!" 하게 만드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그중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기고하는 음악전문기자가 블로그에 띄운 글이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새로 개관했고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해진 독일 함부르크의 콘서트홀 사진을 올리고, '충격: 일류 런던 오케스트라가 독일로!'라는 제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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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는 다같이 하는 놀이

[wolf_fittext text="연주는 다같이 하는 놀이"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3 27  입력 지난 주말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1923~2006)의 작품만으로 꾸민 연주회에 다녀왔다. 첫 곡은 100개의 메트로놈을 위해 쓰인 '포엠 심포닉'이었다. 우리말로 풀자면 '교향시'쯤 되겠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런던 신포니에타 주최의 연주였지만 이 곡은 연주자들이 아니라 일반 청중이 '연주'했다. 메트로놈은 박자를 일정하게 알리는 소리를 내는 기계인데 전통적인 의미에서 악기는 아니다. 메트로놈을 소리 나게 하려면 태엽을 미리 감고 추를 한 번 작동시켜 주기만 하면 되니 누구라도 다룰 수 있다. 일곱 시가 다 되어 도착했더니 메트로놈들은 이미 로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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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왜 눈물이 날까

[wolf_fittext text="음악, 왜 눈물이 날까"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3 20  입력 지난주 런던 웨스트엔드의 랭커스터하우스.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는 회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가서 연주를 하고 저녁 식사도 행사 참가자들과 함께 했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끼리만 알고 지내다가 이렇게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풀어놓는 삶이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내 오른쪽에는 보험 회사에서 일하는데 다양한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앉았다. 아버지가 노래를 잘 불렀고 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들었지만 본인은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딸은 유포니엄이라는 금관악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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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 연습곡 가격은?

[wolf_fittext text="드뷔시 연습곡 가격은?" max_font_size="25" letter_spacing="1" text_transform="uppercase"] 글 김정민 런던 필하모닉 제 2바이올린 부수석 | 조선일보 일사일언 | 2017 03 13  입력 토요일에 반나절 시간이 나서 집 근처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들렀다. 비교적 저렴한 판화부터 일반인이 소장할 수 있을 만한 값의 작품들까지 한자리에 모아 파는 행사였다. 아무리 값이 싸다 해도 미술 작품의 가격은 내가 선뜻 지갑을 열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눈요기를 하고, 마음에 드는 그림 몇 점 앞에선 '이걸 집에 걸어 놓으면 어떨까' 잠시 즐거운 공상을 했다. 잘 모르겠다 싶은 그림도 많았다. '그걸 이 값을 받고 팔다니' 하며 잠시 구시렁거리기도 했다. 같은 날 저녁엔 한 피아니스트의 독주회에 갔다. 1부엔 상대적으로 친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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